2018 제네바 모터쇼를 통해 공개된 코나 일렉트릭은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습니다
국내 예약 판매에서 1만 여 대가 단숨에 매진된 코나 일렉트릭이 이번에는 제네바 모터쇼를 강타했습니다. ‘강타(强打)’라는 말이 단순한 미사여구가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유럽 전기차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소형 SUV는 요즘 유럽에서 가장 핫한 자동차 시장입니다. 유럽에서 오랫동안 강세를 유지하던 해치백 시장이 휘청할 정도로 소형 SUV의 기세는 무섭습니다. 코나 일렉트릭은 바로 이 소형 SUV 시장에 최초 등장한 순수 전기차라는 것만으로도 제네바 모터쇼의 주인공 중 하나가 될 수 있었습니다.
사실 SUV와 전기차는 최적의 조합이면서도 상극처럼 느껴지는 이율배반적 관계였습니다. 공간만 놓고 보면 SUV만큼 배터리를 싣기에 여유로운 차종이 없지만, 무거운 SUV는 승용차보다 용량이 큰 배터리를 실어야 충분한 항속 거리가 보장되므로 점점 무거워집니다. 그렇지 않아도 승용차보다 비싼 가격이 더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자동차 브랜드 입장에서도 SUV의 뜨거운 인기는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활력소라 반갑지만, 무겁고 기름을 많이 먹는 SUV는 배출가스 총량제 등의 환경 관련 법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코나 일렉트릭은 유럽 WLTP 기준 482km, 국내 기준으로 390km 이상에 달하는 긴 항속 거리를 자랑합니다
그런 점에서 코나 일렉트릭은 이런 근심걱정을 한방에 해소할 수 있는 신의 한 수입니다. 소형 SUV는 크지 않은 차체에도 불구하고 살짝 높은 차체를 이용해 최대한의 공간을 뽑아내는 가장 실용적인 장르입니다. 덕분에 코나 일렉트릭은 지금까지 전기차의 주종을 이뤘던 소형 해치백 스타일에서는 힘들었던 것들, 즉 장거리 주행에 충분한 대용량 배터리 팩을 수납하고도 다양한 용도로 변신할 수 있는 넉넉하고 실용적인 실내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코나 일렉트릭은 일반형 코나보다 전장은 15mm, 전고는 20mm(루프랙 포함) 높여 차체 바닥에 깔린 배터리 팩이 실내 공간을 침입하지 않도록 섬세한 수정을 거쳤습니다. 즉 지금까지의 소형 전기차가 힘들었던 주행 거리나 공간의 제약으로부터 해방된 ‘다목적 전기차’가 된 것입니다.
뭐니뭐니 해도 코나 일렉트릭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유럽 WLTP(국제표준 배출가스 시험방법) 기준으로 482km, 국내 기준으로 390km 이상에 달하는 긴 항속 거리입니다. 하지만 에너지 효율성에서도 코나 일렉트릭은 대단히 우수합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에서 전기차 세계 최고의 에너지 효율을 기록했던 현대차의 에너지 매니지먼트 기술의 덕택입니다. 하지만 그 뿐만 아닙니다. 코나 일렉트릭은 용도에 따라서 두 가지 파워트레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즉 장거리 주행이 필요한 고객들을 위하여 64kWh 대용량 배터리와 204마력 고성능 전기 모터를 탑재한 일명 ‘항속형’ 모델, 주로 도심 주행에 차량을 사용할 분들을 위한 39.2kWh 배터리와 136마력 모터를 사용한 일명 ‘도심형’ 모델입니다.
사실 도심형 모델도 WLTP 기준 300km, 국내 기준으로 240km 이상의 항속 거리를 갖기 때문에 지금까지 나온 대부분의 전기차를 능가합니다. 우리나라의 일평균 출퇴근 거리가 40km라는 점을 감안하면 1주일에 한 번만 충전해도 된다는 뜻이기에 사실 부족하지 않습니다.
코나 일렉트릭은 도심형과 항속형으로 나눠지지만 최대 토크는 같습니다. 도심형 역시 즐거운 드라이빙의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쯤에서 도심형 모델의 최고 출력이 항속형 모델보다 낮아서 실망하셨던 분들의 오해를 풀어드려야겠습니다. 사실 도심형 모델의 136마력 전기 모터와 항속형 모델의 204마력 전기 모터의 최대 토크는 395Nm(40.3kg.m)로 똑같습니다. 즉 시내에서 신호등을 박차고 출발하는 화끈한 박력에는 차이가 없다는 뜻입니다. 오히려 줄어든 배터리 용량으로 가벼워진 도심형이 빠를 수도 있습니다. 효율도 도심형이 조금 더 높습니다. 다만 항속형 모델은 더 높은 회전수까지 모터가 최대 토크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과 넉넉한 배터리가 공급하는 꾸준한 전력량으로 시가지 범위 이상의 고속 영역에서 긴 거리를 달릴 때 더 여유롭다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즉 도심형 모델은 일상 영역에서는 잃어버리는 것이 거의 없으면서 가격도 저렴한 진정한 실속형이라는 뜻입니다.
요즘 의미 있는 자동차 트렌드가 있습니다. 그것은 ‘하이테크의 민주화’입니다. 이전에는 고급 승용차에서만 찾아볼 수 있었던 다양한 기능들이 이제는 대중차, 소형차에도 적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율주행, 전동화, 통신기술이 핵심인 미래차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순수 전기차를 실생활로 한 발 더 들여놓은 코나 일렉트릭도 이런 하이테크의 민주화 트렌드를 더욱 확고히 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코나 일렉트릭에 적용되는 현대 스마트센스(Smart Sense)일 것입니다. 스톱&고 기능이 적용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보행자 감지 기능이 포함된 전방 충돌 방지 보조(FCA), 차로유지 보조(LFA), 운전자 주의 경고(DAW) 등 다양한 주행 보조 및 안전 기능들이 코나 일렉트릭에 제공되는 것입니다.
이렇듯 코나 일렉트릭에 적용된 기술적 진보의 목록은 대단히 깁니다. 따라서 이런 기술적 하이라이트를 하나의 이미지, 즉 디자인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코나 일렉트릭의 디자인은 SUV의 다재다능함에 소형 SUV만의 적극적 이미지를 한껏 담아냈던 코나의 디자인에 신기술과 새로운 모빌리티의 이미지를 담아 완성됐습니다. 예를 들어 코나 전면 디자인의 하이라이트였던 컴포지트 라이트의 콘셉트는 그대로 유지되지만 코나 일렉트릭 고유의 밀폐형 그릴이 어우러져 가까운 미래를 떠올리게 하는 얼굴이 완성된 것입니다.
코나 일렉트릭은 외관뿐 아니라 내관도 미래적인 느낌이 물씬합니다. 변속 레버 대신 버튼으로 기어를 변속하는 점이 특히 눈에 띕니다
인테리어 디자인의 경우도 플로팅 디스플레이와 다이내믹함이 테마인 코나의 그것을 바탕으로 합니다. 다만 코나 일렉트릭은 7인치 슈퍼비젼 디스플레이를 통해 속도계와 에너지 흐름도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코나 일렉트릭의 인테리어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넥쏘에서 보았던 것 같은 센터 콘솔입니다. 뒷부분에서 출발하여 센터 페시아를 향해 계속 상승하는 센터 콘솔은 마치 항공기를 연상시킵니다. 버튼으로 기어를 변속하는 시프트-바이-와이어(Shift-by-Wire) 방식의 채용으로 변속 레버가 사라지자 센터 콘솔 아래쪽에 커다란 수납함이 생기는 등 하이테크가 제공하는 실용성도 돋보입니다.
감성과 실용성이 공존하는 다목적 전기차의 시대를 열었다는 것만으로도 코나 일렉트릭의 가치는 빛납니다
이렇듯 코나 일렉트릭은 SUV가 주도하는 21세기, 그리고 그 중에서도 최근 가장 뜨거운 소형 SUV를 바탕으로 감성과 실용성이 공존하는 다목적 전기차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코나 일렉트릭에 내재된 긴 목록의 첨단 장비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를 통하여 만족을 누릴 고객들의 행복이 중요할 뿐입니다.
글. 나윤석
필자는 아우디 브랜드 매니저, 폭스바겐 코리아의 프로덕트 마케팅 팀장, 폭스바겐 본사 매니저, 페라리 총괄 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프리랜서 자동차 칼럼니스트 및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자동차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전달하고 있다.
◆ 이 칼럼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HMG 저널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