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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아부다비(Louvre Abu Dhabi) ⓒMohamed Somji
빛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미술관들이 있습니다. 건축 자체가 또 하나의 훌륭한 전시 작품이 되어 많은 이들에게 빛의 영감을 선사하고 있는 경기도 파주의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위치한 ‘루브르 아부다비’가 그 주인공입니다.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찬란한 자연의 빛과 함께하는 두 곳의 미술관을 소개합니다.
빛의 소나기가 쏟아지다, 루브르 아부다비
환상적인 빛의 향연, 루브르 아부다비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예술 공간입니다 ⓒRoland Halbe
7,850개의 별빛 소나기가 쏟아지는 곳이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세워진 미술관 ‘루브르 아부다비(Louvre Abu Dhabi)’입니다. 2017년 11월 개관해 다음 달인 12월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Salvator Mundi)> 전시를 예고하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기도 한 미술관입니다.
‘장 누벨(Jean Nouvel)’이 루브르 아부다비의 설계를 맡았으니 빛이 쏟아져 내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장 누벨은 현재 전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프랑스 건축가로,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첫 해외 별관인 루브르 아부다비의 설계를 맡았습니다. 장 누벨의 대표적인 작품은 파리의 아랍문화원, 바르셀로나의 아그바르 타워, 미국 미니애폴리스의 구스리 시어터, 파리의 케 브랑리 박물관, 파리의 카르티에 재단 등이 있습니다.
장 누벨의 건축에서 ‘빛’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루브르 아부다비도 마찬가지인데, 건물 전체가 야자수를 모티프로 한 돔 모양의 지붕으로 덮여 있습니다. 지붕에는 저마다 모양이 다른 7,850개의 구멍을 뚫어 건물 내부로 들어오는 빛이 시시각각 변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약 8천 개의 빛의 소나기가 내리는 장면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진기한 광경을 선사하고 루브르 아부다비를 찾는 많은 이들은 환상의 빛을 경험합니다.
한편 장 누벨은 아부다비만이 가질 수 있는 중동의 색을 루브르 아부다비에 더했습니다. 아부다비를 비롯한 아랍문화권의 도시들에서는 ‘마슈라비야(Mashrabiya)’라는 목조 격자 창살의 창문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러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아름다운 그림자를 만들어냅니다. 신의 구체적인 형상을 만들지 않는 이슬람 교리에 바탕을 둔 것인데 이런 양식을 루브르 아부다비에 차용한 것입니다. 루브르 아부다비의 지붕은 이슬람의 전통 건축양식 외에도 야자나무 잎이 짜여 있는 듯한 독특한 모양새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장 누벨은 “나는 단지 건물이 아니라 예술 마을을 만들고 싶었다”며 “아랍 성지 메디나와 그리스 광장 아고라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공간을 떠올렸습니다. 평정심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삶과 예술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장소로 설계했다”고 루브르 아부다비의 설계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루브르 아부다비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앞으로 30년간 최고의 박물관을 꼽으라면 ‘루브르 아부다비’일 것”이라고 극찬했습니다. 오랜 시간 끝에 완공된 루브르 아부다비는 환상의 빛으로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으며 주목할 만한 미술관으로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습니다. 매일 같은 빛이지만 시간과 장소에 따라 그날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빛. 빛은 세계적인 건축 가장 누벨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뮤즈가 됩니다. 훌륭한 전시와 빛의 사색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루브르 아부다비는 많은 이들에게 로망이 되고 있습니다.
자연광으로 전시를 감상하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Fernando Guerra, Openbooks
조명은 최대한 배제하고 햇빛을 이용해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미술관이 있습니다. 전시물이 가장 돋보여야 할 미술관에서는 조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생각을 보기 좋게 깨트린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입니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모더니즘 건축의 마지막 거장’이라 불리는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로 시자(Alvaro Siza)’가 설계를 맡았습니다. 알바로 시자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건축상’, 베네치아 비엔날레 건축전에서 ‘황금사자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하며 건축계의 거장으로 인정받아 왔습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포르투 세할베스 현대 미술관, 아베이루대학교 도서관, 리스본 엑스포 파빌리온 등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을 비롯해 안양 알바로 시자 홀, 아모레퍼시픽 연구원을 설계했습니다.
부드러운 곡선과 백색의 자연광, 여백의 미가 어우러져 모던하게 디자인됐습니다 ⓒFernando Guerra, Openbooks
부드러운 선과 자신만의 감성으로 설계하는 것으로 유명해 ‘건축계의 시인’이라고도 불리는 알바로 시자.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그의 건축물답게 일반적인 사각 형태가 아닌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진 건축으로 여유롭게 흐르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초록빛 자연과 어우러져 있는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한층 모던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선사합니다. 여유로운 곡선 외에도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매력이 있습니다. 다양한 곡면으로 이루어진 백색의 전시 공간에 인조광을 가급적 배제하고 자연광을 끌어들여 은은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관람객들에게 시시때때로 변하는 빛의 향연을 선물한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계절별 전시 관람 시간도 달라지며 이는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이 ‘빛으로 미술관(Museum with Light)’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자연의 빛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던 알바로 시자와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의 기분 좋은 고민이 잘 드러납니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단순한 전시 공간으로 방문객을 유혹하기보다는 건축 자체로 전시 이상의 큰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전시뿐만 아니라 건축물 그 자체를 보기 위해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을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알바로 시자가 설계한 브라질의 이베리 카르마구 재단 미술관보다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방문객을 끌어모을 것”이라는 포르투갈의 유명한 건축사진작가 페르난도 게하의 말처럼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개관 전부터 각종 해외 잡지 및 국내 건축도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앞으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예술을 적극 소개해나갈 예정입니다.
자연스럽게 스며 들어오는 자연의 빛과 함께 훌륭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다가오는 주말,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으로 즐거운 걸음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글. 권지혜
사진 제공.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