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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멀고 높은 곳에 있는 것 같은 나라, 부탄. 부탄 여행 이야기를 지금 들려 드립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 알려진 부탄은 히말라야 산맥 동쪽에 자리한 인구 70만의 작은 왕국입니다. 작고 조용하고 신비로운 나라, 부탄을 여행한다면 어떨까요? 부탄 여행을 다녀온 여행작가는 마치 ‘지구에서 한참 떨어진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것처럼 묘한 기분이 들었다’고 합니다. 과연 어떤 풍경이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었을까요? 부탄 여행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온화하고 평화로운 도시, 팀푸
l 전통 복장을 한 팀푸의 어린이 ⓒRoderick Eime
부탄의 수도 팀푸는 부탄의 스무 개 지역 중 가장 큰 도시입니다. 행정 중심지이지만 정취는 시골 마을처럼 소박하고 포근합니다.
부탄을 여행하기 위해선 종(Dzong)의 개념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종이란 부탄에만 있는 독특한 신정 통합 행정 기관입니다. 어딜 가든 종을 중심으로 시가지가 형성돼 있습니다.
팀푸에서 가장 큰 따시최 종(Tashichho Dzong)으로 향했습니다. ‘명예로운 종교의 요새’라는 거창한 뜻을 가진 따시최 종은 원래 국왕이 머무는 곳으로 사용됐다고 합니다. 지금의 부탄의 국왕은 평민과 결혼해 종에서 나와 작은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종은 행정 기관 구역과 사원 구역으로 구분됩니다. 사원 쪽은 일반인들도 관람할 수 있지만 반드시 긴 옷을 입어야 합니다. 종을 비롯해 부탄의 모든 사원은 촬영을 엄격히 금지합니다. 여행 책자나 웹에서 유독 부탄의 종과 사원의 이미지를 볼 수 없는 건 이 때문입니다.
l 팀푸 내셔널 메모리얼 초르텐 기념비
팀푸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내셔널 메모리얼 초르텐 기념비(National Memorial Chorten)는 현지인들도 일상에서 자주 찾는 성지입니다. 이곳은 부탄의 3대 국왕이 죽자 그의 어머니가 세운 기념비입니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선 붓다 포인트(Buddha Point)를 볼 수 있습니다. 높이만 51.5m에 이르는 거대한 좌상입니다. 위엄보다는 자비로움이 느껴지는 석가모니의 표정에서 마음이 절로 온화해집니다.
은퇴했지만 영광 가득한 푸나카
l 부탄 여행에서 만난 푸나카 종
팀푸와 약 70km 거리에 있는 푸나카는 1577년에 세워진 부탄의 구 수도로 오랜 세월 동안 부탄의 유산과 역사를 지켰던 곳입니다. 해발고도 1200m 정도에 위치한 강을 낀 분지로 사시사철 내내 온화한 편입니다.
푸나카 종(Dzong)은 팀푸에서 봤던 종들에 비해 유독 찬연합니다. 400년 가까이 부탄의 대표 도시로서 위엄을 나타내야 했으니 얼마나 공을 들였을지 이해가 갑니다. 옆에 있던 가이드가 지금의 국왕 부부가 2011년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렸다고 귀띔해주었습니다. 하얀 푸나카 종 외벽에는 연보랏빛 자카란다 나무가 둘러서 있습니다. ‘화사한 행복’이라는 꽃말을 가진 부탄의 상징입니다.
l 푸나카 종 문화행사 ⓒGelay Jamtsho
세 개의 광장을 가진 푸나카 종을 천천히 둘러보고 나오니, 근처에서 전국활쏘기대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부탄 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기는 ‘다체(Datse)’라는 스포츠입니다. 활로 140~150m 떨어진 과녁을 맞히는 것인데 관객도, 선수들도 함께 춤사위 속에서 스포츠를 놀이처럼 즐기고 있었습니다. 누가 이기고 지느냐가 관건이 아닌, 그 자체를 즐기는 부탄 사람들에 호감이 생겼습니다.
절벽 위에 아찔하게 사원이 자리한 파로
l 파로에 위치한 탁상사원
파로는 우리가 ‘부탄’하면 떠올리는 풍경을 마주할 수 있는 곳입니다. 탁상사원(Taktshang Palphug Monastery)은 꼬박 3시간 트레킹을 해야 볼 수 있는 절벽 위 사원입니다.
해발 2200m에서 3120m까지 올라야 합니다. 처음에는 조랑말을 타고 가다가 마지막 30분은 수없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 계단을 걸어 오릅니다. 이 힘든 과정을 통과해야 신비로운 사원에 닿을 수 있습니다.
탁상은 ‘호랑이 보금자리’라는 뜻입니다. 8세기 고승 파드마삼바바는 암호랑이로 변신한 연인인 타시 키이드렌의 등을 타고 여행했습니다. 여기는 그가 명상에 잠겼던 히말라야의 13곳 동굴 중 하나입니다. 동굴은 1692년 부탄의 군주였던 4대 드룩 데시 텐진 랍계 때 지금의 사원의 모습을 갖췄다고 합니다.
총 다섯 개의 건물 중에 과거의 화재에도 꿋꿋하게 그 모습이 고스란히 남은 하나의 사원에서 오래도록 머무릅니다. 눈을 지그시 감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입니다. 그곳에서 느낀 행복이란 마음 깊은 곳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감정을 지녀야 하는 것. 지금 앉아 있는 이 사원과 같이 말입니다.
글·사진. 박산하 여행작가
낯선 곳에서 글의 재료를 찾는 에디터. 'KTX 매거진', 'AB-ROAD' 등 매체에서 국내외를 아우르는 여행 기자로 일했으며 <지금, 우리, 남미> 여행책을 공동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