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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요트를 타고 제부도 바다를 건넌 현대모비스 제동조향구매팀 김경엽 대리와 현대모비스 샤시모듈구매팀 김영서 대리를 만났습니다
하늘빛을 머금은 바다가 유리구슬처럼 반짝이고 아스라이 바다 끝에 걸려 있는 섬 하나가 보입니다. 제부도(濟扶島). 아이는 업고 노인은 부축해 갯고랑을 건넌다는 제약부경(濟弱扶傾)에서 유래한 섬의 이름처럼, 현대모비스에도 서로의 길이 되어주는 두 남자가 있습니다.
제부도 바닷길을 닮은 두 친구
l 모처럼 바쁜 일상을 벗어나 시원한 바다와 마주했습니다
요트가 즐비한 경기도 화성시의 전곡항 마리나. 현대모비스 제동조향구매팀의 김경엽 대리와 샤시모듈구매팀 김영서 대리가 한껏 숨을 들이켰습니다. 바닷바람에선 자유가 묻어났고 두 남자는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눈을 감자, 섬처럼 혼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 오히려 반가웠기 때문입니다.
“요트를 타고 치열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었어요. 이렇게 항구에서 바다를 바라보니 벌써부터 요트에 올라탄 것처럼 시원한 기분이에요.” 김경엽 대리의 들뜬 미소가 김영서 대리에게도 번졌습니다. “저도 경엽이처럼 바다를 좋아해요. 요트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에서 바라보는 제부도의 모습도 기대되고요.”
경기도 화성은 입파도, 도리도 등 다양한 섬을 품고 있습니다. 그중 제부도는 하루에 두 번 바닷길이 열리는 ‘모세의 기적’으로 사랑받는 섬이죠. 아이는 업고 노인은 부축하며 건넜던 길은 이제 포장도로가 됐습니다. 하지만 섬과 육지가 때론 하나로, 때론 둘이 되는 광경은 시간이 흘러도 옛 낭만 그대로입니다.
입사 6년 차 동기인 현대모비스 김경엽 대리와 김영서 대리는 제부도의 바닷길을 닮았습니다. 각자가 속한 팀은 다르지만 회사 근처 카페에서 마주치는 시간은 서로가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입니다. “출근 전 단골 카페에 가면 꼭 영서를 마주쳐요. 둘 다 곧 회사에 들어가야 하니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못해요. 하지만 짧게나마 ‘오늘도 힘내라’고 서로를 격려하면 더 힘이 나죠.” 2년 전, 새로운 부서에 적응해야 했던 김영서 대리 역시 옆 팀에 친한 동기가 있어 의지가 됐습니다. “낯선 환경에서 어색하고 외로운 마음을 느낄 때가 있었죠. 그럴 때마다 경엽이가 많이 도와줬어요. 지금 생각해도 저를 챙겨줬던 그 마음이 정말 고마워요.”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각자의 일터로 향하면 두 사람 사이에는 다시 바다가 열립니다. 하지만 두 동기는 압니다. 수면 아래에는 든든한 우정이 바닷길처럼 이어져 있다는 것을.
망망대해에서 하나의 섬이 되다
l 요트에 올라타 출렁이는 바다에 몸을 실었습니다
요트가 정박한 계류장으로 가는 발걸음이 갈매기의 날갯짓처럼 거침없습니다. 새하얀 요트에 올라서자 가볍게 출렁이는 느낌이 경쾌했습니다. “출발합니다!” 선장의 호쾌한 명령이 떨어지자, 요트가 새하얀 물거품을 내며 서해 바다를 갈랐습니다. 계류장을 벗어나 30분가량 빠르게 달렸습니다.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두 남자의 마음에도 날개를 달아주던 즈음, 선장이 요트의 엔진을 껐습니다. “요트는 바람이 밀어주는 겁니다.” 메인 돛을 올리라는 명령이 떨어지고, 선원이 조금씩 줄을 풀자 메인 돛이 거대한 위용을 드러냈습니다.
돛이 바람을 잔뜩 받아냈습니다. 시원하기만 했던 바람은 어느새 묵직한 동력이 되어 요트를 밀어내기 시작했습니다. 4노트(약 7.4km/h)의 속도. 느린 듯하지만 요트의 매력은 ‘속도’가 아닌 ‘여유’에 있습니다.
l 요트 위에서 혼자만의 여유를 가졌습니다
“구매팀의 업무 특성상 영서와 저는 매일 긴장된 하루를 보냅니다. 좋은 협력업체를 선정하고 가격을 결정하는 등 각종 커뮤니케이션으로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죠. 바쁘게 일하다 보면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가 있어요.” 잠시나마 홀로 있고 싶을 때면 김경엽 대리와 김영서 대리 모두 점심시간을 이용합니다. 김영서 대리는 지하철 두 정거장 거리를 산책하며 상념에 젖습니다. “테헤란로를 걸으며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봐요. 정장 차림의 직장인뿐만 아니라 전단지 돌리는 사람, 배달하는 사람 등 수많은 이가 열심히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죠. 저 또한 그분들처럼 성실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경엽 대리 역시 회사 근처의 공원을 산책하며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는 게 즐겁습니다. “짧은 시간이나마 아이들의 웃는 얼굴을 보면 저도 동심으로 돌아간 것 같고, 관광객들을 보면 저도 여행을 떠난 것 같아 좋아요. 사무실에 돌아오면 더 가벼운 마음으로 일하게 되고요.”
저마다의 꿈을 실어 나르는 요트
l 바람 따라 물길 따라 흘러가는 요트처럼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봤습니다
작게만 보이던 점이 조금씩 커지며 섬이 됐습니다. 제부도가 보이자 비로소 바람의 존재가 실감 났습니다. 바람은 느린 듯하면서도 게으름 피우지 않고 요트와 함께했습니다. 선장은 “요트를 타면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진다”고 나직하게 말했습니다. 육지에선 자동차가 쏜살같이 달리며 속도경쟁을 벌이지만, 요트의 최고 속도는 24노트(약 44km/h). 풍경의 속도가 달라지면 삶의 속도도 달라지는 법입니다. 바람 따라 물길 따라 흘러가는 요트처럼 두 사람의 생각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유영하고 있었습니다. 김경엽 대리는 요즘 부쩍 어릴 적 친구 생각이 납니다. 대학 시절 서울에 온 뒤로 13여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혼자 서울에서 살다 보니 고향 친구들과 점점 소원해진 것 같아 마음이 아파요. 어떡하면 예전처럼 두터운 우정을 나눌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아요.” 김영서 대리에게 퇴근 후 맞이하는 밤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회사에선 현대모비스의 일원으로서 최선을 다하죠. 하지만 퇴근하고 밤이 되면 ‘오직 나를 위한 일은 무엇인지’ 생각하곤 해요. 너무 많은 생각이 들 때면 게임을 하면서 다 잊어버리기도 하고요.(웃음)”
제부도 앞바다에 이르자 요트는 잠시 항해를 멈췄습니다. 제부도의 명물인 빨간 등대 앞에서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고, 웃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육지가 아닌 바다에서 바라본 제부도는 왠지 생경했습니다. 섬 같으면서도 길을 가다 만난 나그네 같기도 하고 더위를 식히는 나무 그늘 같기도 했던 그 섬. 현대모비스 김경엽 대리와 김영서 대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란, 섬과 배처럼 그리 멀지도 그리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부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망망대해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사람은 우리와 가장 가깝게 이어진 존재, ‘부모님’이었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이렇게 좋은 경험을 꼭 같이하고 싶어요.” 항해를 마친 뒤 계류장에 내딛는 발걸음에선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났습니다. 하지만 ‘새’가 되어 자유로이 날고 싶은 김경엽 대리와 ‘돌고래’처럼 무한한 바다를 헤엄치고픈 김영서 대리의 꿈은 하나의 섬처럼 오롯이 그들의 마음에 떠 있을 것입니다.
글. 윤민지
사진. 안용길 도트 스튜디오
장소. 화성요트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