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형은 무엇일까요? 또 금형쟁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흔히 어떤 일에 푹 빠진 사람을 두고 ‘○○쟁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밥을 먹다가도, 사람을 만나더라도 본인이 빠진 일이라면 바로 집중하는 사람. 순수 우리말로 전문가를 뜻하는 ‘장이’ 대신에 어감이 더 친근하여 사람들이 애칭처럼 사용하기도 합니다. 현대위아에는 금형에 푹 빠졌다 하여 스스로를 ‘금형쟁이’라 칭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창원 4공장 금형반 직원들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금형은 생산의 ‘품질’을 만든다
금형은 부품을 만드는 틀, 이 틀에서 탄생하는 부품의 품질도 금형에서 시작됩니다
‘금형’이란 주어진 형상의 물품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 즉 틀을 말합니다. 금속으로 만든 거푸집이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한 대의 자동차에도 엄청난 수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그중 수많은 부품이 금형에 찍어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현대위아 금형반에서는 바로 이러한 생산에 필요한 금형을 제작하는 일을 합니다. 크랭크 샤프트와 커넥팅 로드, 그 외 단조 200여종 생산에 필요한 금형을 1년에 약 2000개가량 제작합니다.
금형은 최소 2개가 모여야 하나의 제품을 찍을 수 있습니다. 붕어빵 기계를 생각하면 쉽습니다. 2개는 최소의 숫자입니다. 보통은 6~10개가 모여야 하고,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무려 20개의 금형이 들어가는 제품도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금형 1벌은 7000개의 제품을 찍을 수 있습니다.
당연히 금형은 수명이 중요합니다. 오래 사용할수록 틀이 헐거워지거나 금형이 늘어나는데 치수가 변해 허용오차범위를 넘어가면 수명이 다하게 됩니다. 제대로 잘 만들어서 오래오래 버티는 금형을 만들어 내는 것이 금형인들의 숙제입니다.
소그룹 베스트 팀의 비결
금형쟁이는 금형파트의 어벤저스인 셈입니다
금형반의 소그룹 ‘금형쟁이’는 현대위아의 ‘소그룹 활동 경진대회’의 최강자입니다. 매년 그들의 성적표는 1등 아니면 2등이었습니다. 금형파트의 내로라하는 에이스들이 뜨거운 열정으로 만든 결과입니다.
금형쟁이는 금형반을 이루는 여러 파트 중 공정별로 한 명씩 뽑아 만든 팀입니다. 이들은 누구보다 자신의 일인 금형에 몰입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몰입할 수 있는 이유, 그리고 그 실력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총 19명의 금형반을 이끌고 있는 손영구 반장을 만나 물어봤습니다.
현대위아 금형반 손영구 반장 미니 인터뷰
현대위아에서 38년간 금형기술을 갈고 닦은 손영구 반장을 만났습니다
Q. 금형기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손영구 반장 이전 창원공업 시절, 1980년 11월에 입사해 38년간 줄곧 금형기술 일을 해왔습니다. 기술 중에서도 금형을 선택한 건 나름 손재주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어릴 때부터 손을 쓰는 것을 좋아했는데, 실제로 금형과 손 움직임은 밀접한 관계가 있어 적성에 잘 맞더라고요. 특히 지금에야 기계가 많이 좋아졌지만 80년대에는 금형을 사람 손으로 다 만들었거든요.
Q. 금형반은 어떤 역할을 하며, 특성상 고충은 없나요?
손영구 반장 금형은 제품의 기술이라 볼 수 있습니다. 치수가 금형에서 다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업무 고충이라 한다면, 금형은 정해진 방법이 있는 게 아니다 보니 단순업무와는 거리가 멀어요. 작업방법이나 품질을 좋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개선의 여지를 찾고 최적화한 방법을 찾아 금형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항상 고민해야 하다 보니 정신적 스트레스가 꽤 크다고 볼 수 있죠.
팀으로서는 고충이라면 아무리 잘해도 칭찬받기 어려운 팀이라는 점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금형을 제작해 시중에 파는 게 아니라, 틀을 주면 다른 부서들이 그 틀로 생산을 하니까 ‘잘하는 것’이 당연한 팀이거든요.
물론 다른 팀이 생산을 잘할 수 있도록 우리가 완벽한 금형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고 품질의 금형을 대주려 반원 모두 애를 많이 쓰고 있어요.
Q. 38년째 금형기술을 맡고 있는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손영구 반장 아무리 좋은 기계가 있더라도 기본이 없으면 안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일할 때 기록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기록을 좋아해서 20년 넘게 기록한 결과물도 있어요. 다 자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1991년부터 작성을 시작한 장부가 있는데, 이전에는 금형을 만들어도 누가, 언제, 어떻게 만들었는지 이력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혹시 장착 시 문제가 발생해도 추적할 수 없었죠. 완벽한 금형을 만들자 해서 장부 작성을 시작해 지금도 하고 있어요. 이런 기본이 기술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Q. 금형반에서 자부심 느낀 일화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손영구 반장 현재 금형공장에서 주로 만들어내는 크랭크 샤프트 금형을 현대위아 Hi-MOLD 6500 설비로 가공하고 있습니다. 3년 전, 시중에 양산도 하기 전에 이 설비를 제일 먼저 설치한 곳이 우리 반이었는데요. 당시 6개월동안 장비 특성 연구하고 공구 개발해서 기계 활용을 양산단계까지 끌어올렸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공작기계 전시회 가면 우리 반에서 만든 가공 프로그램, 공구, 금형물로 시연회도 했습니다.
Q. 소그룹 활동을 이끄는 비결이 있나요?
손영구 반장 금형을 하려면 최소 ‘쟁이’는 되어야 한다고 해서 ‘금형쟁이’라 지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비결에 특별한 것이 없죠. 머리 맞대고 잘하려고 꾸준히 노력하는 게 비결입니다. 반장으로서는 계속 모이는 자리를 마련하고 사람들에게 협조를 구하는 게 제 역할이고요. 소그룹 활동은 사무실에서도 지원을 많이 해줍니다. 무슨 일이든 다들 도와주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소그룹 활동으로 인한 변화가 있다면?
손영구 반장 소그룹 활동의 하나로 현장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메뉴얼 책이 있습니다. 금형기술은 공정마다 일이 다 다르다 보니 내가 하는 일을 다른 사람이 쉽게 할 수가 없습니다. 신입사원이 들어오거나 사람이 없을 경우에 매뉴얼 참고해 더 빨리 배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Q. 금형반의 올해 계획이 무엇인가요?
손영구 반장 소그룹 활동을 하며 ‘올해에는 특별히 더 잘 해야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매년 꾸준히 잘해야지요. 다만 오는 5월부터 주간연속 2교대를 시행하는데, 안정적으로 잘 정착하는 게 현재 가장 큰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