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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좌측부터) 현대엔지니어링 화공프로세스설계2팀 고우리 과장,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일산 박수진 사원
여름밤이 되면 사람들의 마음에는 사랑이 차오릅니다. 여름은 밤이 가장 짧은 계절이지만, 더위라는 묘약이 더해져 어느 때보다도 긴 밤을 선물하기 때문이죠. 계절의 끝에 선 어느 여름날, 쉽게 잠들지 못했던 두 여인이 한강공원에서 만났습니다.
여름밤, 마법이 시작되는 자전거
l 바람을 가르며 한강의 시원한 공기를 느끼기 위해 자전거에 올라탔습니다
여름밤의 낭만을 즐기고 싶다면 여의도 한강공원을 떠올려야 합니다. 활기가 넘치면서도 혼자 조용히 달빛 바라기를 할 수 있어 저마다의 달콤한 밤을 보내기에 제격이니까요. 현대엔지니어링 화공프로세스설계2팀의 고우리 과장과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일산의 박수진 사원 역시 ‘여름밤의 꿈’을 꾸기 위해 한강공원을 찾았습니다.
“바쁘게 지내다 보니 밤이라 해도 마음먹고 공원에 나오기가 쉽지 않아요. 물빛광장에서 물놀이하는 아이들이나 텐트에서 휴식을 취하는 가족들을 보니 저도 힐링이 되네요.”
고우리 과장이 아이들의 웃는 모습을 바라보는 동안 박수진 사원은 한강공원의 이모저모를 눈에 담느라 바쁩니다. 신입사원인 그녀가 한강을 방문한 건 이 날이 두 번째.
“입사 전까지는 다른 지방에 살았어요. 한강을 실제로 본 건 올해가 처음이었는데 바라만 봐도 시원해서 좋아요.”
그런데 이들의 밤마실에 변수가 생겼습니다. 밤도깨비 야시장, 누워서 보는 콘서트 관람 등 계획한 활동이 많았지만 여름비가 모두 쓸어가 버렸습니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습니다. 행사는 모두 취소됐어도 여름밤을 더욱 시원하게 만들어 줄 자전거가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자전거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입니다. 고우리 과장은 평일 저녁이나 주말마다 ‘서울 자전거 따릉이(서울시에서 제공하는 자전거 무인대여시스템)’를 이용합니다. 박수진 사원은 한 달째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중입니다. 대중교통보다 오히려 더 빨리 도착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할 때 제 볼에 닿는 아침 공기가 좋아요. 여름밤에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는 건 처음인데 아침과는 다른 낭만이 있네요. 사랑하는 사람이랑 또 와야겠어요!(웃음)”
자전거에 깃털처럼 사뿐히 올라탄 고우리 과장과 박수진 사원. 자전거 애호가답게 핸들을 그러쥐고 페달을 밟는 자세가 여유롭습니다. 자전거의 매력은 언제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다는 데 있습니다. “다녀올게요!” 두 사람은 한마디 싱그러운 인사와 함께 한강공원을 질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전거 바퀴는 무더운 밤을 시원하게 갈랐고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렸습니다. 잠 못 드는 여름밤, 자전거를 탄다는 건 거대하고 외로운 도시를 내 품에 감싸 안는 것이었습니다.
밤하늘을 밝히는 마포대교처럼
l 한강 물빛광장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왼쪽과 오른쪽의 균형을 잡아가며 앞으로 나아가는 자전거는 종종 우리네 삶에 비유되곤 합니다. 안도현 시인은 <낡은 자전거>에서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는 길을 많이 알수록/삶은 여위어가는 것인가’라며 삶의 애환을 노래했습니다. 하지만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박수진 사원에게 ‘자전거’는 꿈을 향한 여정에 날개를 달아주는 동반자입니다. 여름밤을 질주하던 그녀가 페달에서 잠시 발을 뗐습니다. 박수진 사원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검은 캔버스에 금빛 물감으로 그린 듯 은은하게 빛나는 마포대교였습니다.
“마포대교는 제가 한강에 반한 이유 중 하나예요. 신입사원이라 아직 낯설고 두려운 부분이 많은데 현대건설이 만든 마포대교를 보면 왠지 힘이 나요. 마포대교뿐 아니라 한강에 놓인 다리 13개를 현대건설에서 만들었어요. 저도 꾸준히 노력해서 사람들의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랜드마크를 만들고 싶어요.”
l 아이스크림과 함께 달콤한 여름밤에 빠져들었습니다
입사 9년 차인 고우리 과장은 당찬 포부를 밝히는 후배를 보니 마음이 뿌듯합니다. 모처럼 자신의 꿈을 돌아보는 고우리 과장. 달빛이 깊어가는 만큼 두 사람의 꿈도 깊어갔습니다. 문득 박수진 사원의 달콤한 꿈을 응원하고 싶어진 고우리 과장은 자전거에 올라 페달에 힘을 실으며 말했습니다. ”제가 아이스크림 살게요!” 달콤한 밤을 완성하는 것은 달콤한 간식이라는 그녀의 생각은 옳았습니다. 딸기맛과 바닐라맛 아이스크림을 각자 손에 들고 한입씩 떠먹는 모습이 영락없는 학창시절 여고생들입니다. 경력도, 나이도 다르지만 여름밤이 일으킨 마법은 두 사람을 수다 삼매경에 빠뜨렸습니다.
“난 업무 스트레스를 받으면 오히려 더 힘든 운동을 해. 저녁에 크로스핏을 하다 보면 ‘아, 오히려 일이 쉽구나’란 생각이 들어서 스트레스가 풀리거든.(웃음)” 고우리 과장의 노하우에 박수진 사원이 놀랍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저랑은 정반대예요! 저는 퇴근 후에 공원에 돗자리를 펴고 가만히 누워 있어요.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상념이 싹 사라지거든요.” ‘다음에는 꼭 함께 밤하늘을 보자’며 아이스크림통을 싹싹 비우는 박수진 사원. 상냥한 솔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스쳤습니다.
여름을 닮은 두 사람의 미드나이트
l 앞으로도 지금처럼 행복한 나날을 소망하며, 한강에서 물놀이를 즐겼습니다
자전거에서 내린 두 사람은 아이처럼 물에 첨벙 뛰어들었습니다. 서로 물을 튀기며 웃는 아이들 사이로 ‘시원하다’며 좋아하는 두 소녀가 겹쳤습니다. 서핑, 수영 등 수상 스포츠를 즐긴다는 고우리 과장은 왠지 여름에 태어났을 것 같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에요. 전 2월생이랍니다.(웃음) 겨울에 태어나서 그런지 한여름의 시원한 물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물만 따라다닌다니까요.” 박수진 사원은 “제가 6월에 태어나서 더위를 심하게 타는 걸까요?”라며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그 모습에 다들 큰 웃음이 터졌습니다. “그래서 전 에어컨이 잘 나오는 실내를 찾아다녀요. 가만히 누워서 잘 움직이지도 않고요.”
느린 걸음으로 야경을 구경하던 이들의 눈에 반짝이는 장난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장사를 마치려던 상인은 두 사람을 위해 한 번 더 장난감에 불을 밝혔습니다.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며, 건배!” 차가운 맥주를 부딪치며 서로의 행복을 빌었던 어느 여름날 밤. 시원하게 달리며 웃고 꿈도 키울 수 있는 마법의 시간은 오직 지금, 여름밤뿐입니다. 셰익스피어도 말하지 않았던가요. “꽃잎의 즙을 잠자는 자의 눈꺼풀에 떨어뜨리면/첫 눈길에 닿는 사람을 미칠 듯이 사랑하게 된다”고.(<한여름 밤의 꿈> 2막 1장, 오베론)
글. 윤민지
사진. 안용길 도트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