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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일렬로 전시된 목공예 작품들의 모습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감춰둔 속 얘기를 하고 싶게 마련이지만, 많은 사람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포기합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생산관리1부 이선호 기술주임은 목공예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내는데요, 그가 정성스러운 손놀림으로 들려주는 우리네 인생사에 귀 기울여 봅니다.
취향의 발견, 목공예에 빠지다
l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생산관리1부 이선호 기술주임입니다
아직 한참 부족한 재주인데 이렇게 제 취미를 알려드리게 돼 조금 쑥스럽네요. 안녕하세요, 울산공장 생산관리1부 이선호 기술주임입니다. 저는 요즘 매일 같이 오른손에 칼을 쥡니다. 반대편 손에는 나무 조각을 부여잡고 있죠. 이쯤이면 눈치채셨겠죠? 맞아요, 저는 목공예에 푹 빠져 삽니다. 15년 전, 취미로 수집하던 수석의 좌대를 깎기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렀죠. 3년 전부터는 아예 방 하나를 통째로 공방으로 쓰고 있고, 각종 동물 모형과 목각 인형을 만듭니다. 수석의 모양을 활용한 수석 목공예도 함께 하고 있죠. 한 점, 한 점 작품을 만들 때마다 스트레스도 풀리고 완성품은 집 안 곳곳을 꾸미는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정말 좋은 취미라고 자부합니다. 제가 어떻게 작업하는지 한번 구경해보시겠어요?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기까지
l 이선호 기술주임은 작품 하나하나에 정성을 담아 작업합니다
첫째, 나만의 작품 구상하기
지도가 없으면 보물을 찾을 수 없듯, 미리 구상하지 않으면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는답니다. 저는 항상 노트를 가지고 다녀요.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바로바로 스케치하기 위함이죠. 구상 단계에서는 무엇보다도 자신이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싶어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만족스럽지 않은 작품이 나오는 경우가 태반이거든요. 저는 가장 먼저 ‘스토리’를 염두에 둡니다. 단순히 모양이 예쁜 작품보다는 제가 직접 보고 느낀 사연이 담긴 작품이 훨씬 더 애착이 가고 잘 만들어지거든요. 여러분도 작은 노트 한 권 가지고 다니면서 하고 싶은 얘기를 마음껏 스케치해보세요!
둘째, 눈에 보이는 모든 나무가 재료
목공예라고 해서 값비싼 원목을 무리해서 구할 필요는 없어요. 가지치기해 버려진 가로수 나뭇가지, 공사판의 나무판자, 심지어 이쑤시개도 훌륭한 목공예 재료가 됩니다. 수석 목공예에 쓰는 수석도 나들이 갔을 때, 길을 지날 때 등 일상 속에서 주로 구하죠. 물론 목공예용 나무를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주로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주문하는데 검은색이 나는 흑단, 붉은 기운이 도는 파덕, 기름기 있는 유창목 등을 주로 구입합니다. 그런데 제가 쓰는 나무는 가구를 만드는 원목처럼 비싸지 않아요. 주로 원목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재료로 소품 위주의 목공예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경제적인 부담은 거의 없답니다.
셋째, ‘안전’과 ‘감성’이 작품의 최우선
구상과 재료 선정을 끝마쳤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작품을 만들 차례입니다. 저는 경력이 오래된 만큼 조각칼은 물론이고 드릴, 목선반, 전기톱 등을 두루 활용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안전’이죠. 그래서 조각 도구를 다룰 때는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그런가 하면 작품의 완성도에서 중요한 점은 바로 ‘감성’입니다. 같은 목각 인형이라도 어떤 것은 쓸쓸해 보이고, 어떤 것은 기뻐하는 듯 보이기도 하죠. 고개의 각도, 팔다리의 움직임 등의 아주 미묘한 차이에 따라 표현되는 감성의 결도 달라지는 만큼, 원하는 작품이 나올 때까지 끈기를 가지고 조각을 해나가야 합니다. 작품을 완성한 뒤에는 동백기름 등 천연 나무 기름을 발라 보존성을 높이는 것이 좋습니다.
l 완성을 앞둔 목공예 작품들의 모습입니다
요즘 경주에 자주 들릅니다. 은퇴 후 공방 겸 생활 공간으로 쓸 작은 집을 사서 개조하고 있거든요. 앞으로 저만의 고유한 목공예 작품으로 디자인 등록도 해서 제2의 인생을 살아볼 예정입니다. 어떠신가요? 내 손으로 직접 나무를 깎으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은 마음이 생겼나요? 그렇다면 지금 당장 문방구로 달려가서 노트와 볼펜, 조각칼 세트부터 사세요. 손안에서 소소한 즐거움이 펼쳐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