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팅어가 호주에서 고속도로 순찰차로 선정됐습니다
액션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장면 중 하나인 ‘카 체이싱(Car Chasing)’. 블록버스터의 필수 요소 중 하나인 자동차 추격 신을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도로 위 숨 막히는 추격전이 벌어지면 경찰차는 도주하는 범죄자의 차량을 죽기 살기로 쫓습니다. 영화 속에선 대부분 놓치고 말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고속도로 순찰차의 필수 덕목은 ‘스피드’입니다. 고성능 자동차가 법규를 위반하면서 도주하면, 평범한 차로는 따라잡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세계 각국의 고속도로 순찰차
지난 2011년 미국 동부 지역에서 고속도로 순찰차로 도입된 바 있는 닛산 GT-R(@Top Gear)
2014년 이탈리아 고속도로 순찰차로 제공된 람보르기니 우라칸 폴리치아(@SME Auto)
그래서 추격용 경찰차로 낙점되는 건 대부분 고성능 차량입니다. 지난 2011년 미국 동부 지역에서는 V6 3.8 트윈터보 엔진을 장착한 닛산 GT-R이 고속도로 순찰차로 도입된 바 있습니다. 첫 배치 당시 ‘미국 동부에서 과속을 즐기는 운전자는 검은색 GT-R을 조심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죠. 영국에서는 지난 2011년 고속도로 순찰차로 로터스 에보라 S가 채택됐습니다. 역시 3.5리터급 V6 엔진을 탑재한 모델입니다. 슈퍼카의 나라 이탈리아의 고속도로 순찰대는 2014년 람보르기니로부터 우라칸 LP610-4의 폴리스 버전인 우라칸 폴리치아를 기증받았습니다. 5.2리터 V10 엔진과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조합한 모델이죠. 물론 위에서 언급한 차량들 외에도 다양한 브랜드의 모델이 각국의 순찰용 차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호주 고속도로 순찰대 배지를 단 스팅어
호주에서 고속도로 순찰차로 선정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실력 있는 도박꾼은 배팅할 경주마를 고를 때 말이 아닌 기수를 먼저 본다고 하지만, 추격용 경찰차를 고를 땐 얘기가 다릅니다. 범죄 차량을 손쉽게 제압할 수 있는 기동력과 안정성이 필수 기에 까다롭게 고를 수밖에 없습니다.
미개척 오지가 많은 호주에서는 기준이 더욱 깐깐해집니다. 좀 더 빠르고, 오래 달려야 하기에 성능과 내구성에 대한 요구 기준이 높습니다. 호주 경찰은 최근까지 자국에서 생산된 포드나 홀덴의 V8 엔진 탑재 차량을 사용해 왔습니다. 호주에서 추격용 경찰차로 활약한다는 건 드넓은 대지에서 폭주하는 각종 고성능 자동차의 난폭운전을 단속할 능력이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호주의 고속도로 순찰차 선정은 일반 시민들에게도 흥미 있는 관심사입니다.
하지만 최근 기아자동차의 스팅어가 호주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호주 고속도로 추격용 경찰차로 스팅어가 낙점된 것이죠. 지난 7월 4일(현지시간) 호주 퀸즈랜드(Queensland) 경찰청에서 기아자동차 호주법인장 허웅 이사, 퀸즈랜드 치안장관 마크 라이언, 이안 스튜어트 경찰청장이 함께 스팅어 3.3터보 모델 전달식에 참석했습니다. 차량 대수는 총 50대로 다음달부터 12월까지 총 5개월에 걸쳐 경찰청에 전달될 예정이죠.
호주 경찰이 스팅어를 선택한 이유
많은 경쟁을 물리치고 스팅어가 호주 경찰의 선택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호주 경찰차로 활약하며 고속도로를 누빌 스팅어는 라인업 중 가장 강력한 3.3 터보 모델입니다. 3.3리터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리고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kg.m를 발휘하죠. 호주가 아닌 타국에서 생산된 자동차가 고속도로 순찰차로 선정된 것은 퀸즈랜드에서 처음이라 더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호주 경찰은 왜 스팅어를 선택한 걸까요?
스팅어는 디자인, 넉넉한 실내 등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특히 뛰어난 달리기 성능이 좋은 평가를 받았죠. 퀸즈랜드 경찰의 측정결과는 비공개지만, 가속력, 제동력, 조향성 및 연비 효율성 등 기본성능에서 배기량이 높은 경쟁 모델과 비교해도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성적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현지 언론 <뉴스닷컴>이 자격 검증을 위해 직접 테스트한 결과 0→100km/h(제로백) 항목에서 스팅어는 고성능 모델인 홀덴 코모도어SS와 같은 5.1초가 나왔는데요. 스팅어는 370마력, 코모도어SS는 410마력입니다. 무려 40마력 차이가 무색한 주행능력을 과시한 겁니다. 스팅어의 최대 속도는 시속 270km(속도 제한 장치 작동)에 이릅니다.
현대자동차 싼타페와 기아자동차 쏘렌토는 이미 호주에서 일반 경찰차로 활약하고 있습니다(@Cars Guide)
호주에서 일반 경찰차로 쓰이고 있는 현대자동차 싼타페와 기아자동차 쏘렌토의 활약 또한 긍정적 여론을 형성했습니다. 올해 1월 남호주(South Australia)에서 쏘렌토 경찰차가 주 전역에 배치된 바 있는데요. 남호주 경찰청은 “선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사항은 안전성이었으며, 쏘렌토는 호주에서 실시한 충돌 테스트에서 최고의 안전 등급을 받은 SUV 차량”이라고 전한 바 있습니다.
스팅어 추격용 경찰차에 대한 현지 반응
스팅어의 고속도로 순찰차 선정은 현지에서 어떤 반응을 불렀을까요?
이번 고속도로 순찰차 선정은 퀸즈랜드를 넘어 호주 전역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퀸즈랜드 경찰 관계자와 기아자동차 호주 법인 관계자, 현지 언론들도 큰 반응을 보였죠. 현지 언론과 경찰 관계자의 반응은 이렇습니다.
“호주의 미개척 오지를 달리던 홀덴 코모도어와 포드 팔콘의 역할을 이제는 기아자동차 스팅어가 담당하게 됐다. 이제부터 고속도로에서 백미러에 스팅어가 보이면 조심해야 한다”
호주 현지 언론 <뉴스닷컴>
“스팅어는 매력이 많은 차지만 플로팅 타입 모니터는 경찰용 컴퓨터 부착 시 실내공간이 좁아지는 단점이 있다. (경찰차에 한해) 모니터를 매립형으로 바꾸면 다른 주 경찰청에서도 수요가 많을 것이다”
퀸즈랜드 경찰청 고위 관계자
“이번 수주는 시작에 불과하지만,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정부 기관의 차량으로서 많은 소비자들에게 스팅어가 노출될 수 있는 기회는 이례적이면서도 특별하기 때문이다”
데미안 메레디스(Damien Meredith) 기아자동차 호주법인 영업 총괄
스팅어를 바라보는 호주 네티즌들의 반응을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2017년 1월, 호주 자동차 매체 <카 가이드>는 ‘기아 스팅어 GT가 호주 경찰용 차량 후보가 됐다(Kia Stinger GT on the cards for Australian police)’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스팅어 관련 내용을 다루며 포드 머스탱, 크라이슬러 300, 볼보 S60 폴스타, BMW 5시리즈 등과 함께 스팅어가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는 내용을 전한 바 있습니다. 해당 기사에는 330여 개의 댓글이 달리며 스팅어에 대한 관심을 증명한 바 있죠. 크게 반기는 반응이 대다수였지만, 일부 아쉬운 목소리도 보였습니다. 댓글 반응은 어땠을까요?
“기아자동차는 믿을 수 있고, 실용적이다. 한국은 꽤 오래 자동차를 만들어 왔는데, 이제는 일본을 능가한 것 같다”
호주 자동차 매체 <카 가이드> 구독자 @dungy
“한국 자동차는 완성도가 높고, 엔진과 변속기도 신뢰할 수 있다. 가격은 다소 올랐지만 여전히 상품성이 좋은 편이다. 기아자동차가 다른 경쟁 브랜드를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호주 자동차 매체 <카 가이드> 구독자 @micko
“수동 기어와 V8 엔진, 그리고 왜건 버전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호주 자동차 매체 <카 가이드> 구독자 @ Glenn
호주 시장에서 스팅어 고속순찰차의 의미
이번 수주는 호주 전역에 스팅어를 고속도로 순찰차로 보급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호주는 관용차 선정 과정에서 현지생산 차량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수입 자동차가 뚫기 어려운 시장입니다. 그걸 스팅어가 해낸 겁니다. 이번 수주는 퀸즈랜드뿐 아니라 호주 전역에 고속도로 순찰차를 보급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기에 더욱 고무적인 성과기도 하죠. 더불어 일반 판매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난해 10월 호주에서 판매를 시작한 스팅어는 올해 6월까지 총 1,588대가 판매됐습니다. 고속도로를 순찰하는 스팅어가 제대로 광고 효과를 거둔다면, 더 많은 스팅어를 호주 도로에서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